볶음면은 스파게티로

나는 면요리를 좋아한다.
나는 볶음요리를 좋아한다.

-> 나는 당연히 볶음면을 좋아하겠지?
물론이다.

내가 먹어본 볶음면에 대한 기억은..국민학교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에는 손도 못 대게 하던 나이를 지나 가스렌지로 라면을 끓여먹는것정도는 허용이 되고 어느정도 지났을 무렵..

..무슨 라면인지 기억은 정확히 안나는데.. 신라면이었을까?
여하튼 얌전히 물 두컵반에 면과 스프를 넣어 잘 끓이라고 봉지 뒷면에 분명하게 적혀 있는 라면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냄비에 물을 끓여 면과 건더기스프를 넣고 익힌 다음…
물을 따라 버리고…
스프를 넣고 불에 올려 마구 휘저어 ‘볶아’ 낸 뒤 접시에 담아낸다.

..해괴한 조리법이지만 어디서 많이 본거같지?
그렇심다~ 짜파게티 조리법이죠!! -ㅂ-;

여하간에, 이렇게 손수 만든 출신이 불문명한 요리에 ‘볶음면’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두고 지내기를 어언..10여년..

이천 몇년도 어느 휴일날 테크노마트 지하의 푸드코트에서 야끼소바라는 녀석를 접한 뒤로..볶음면의 타이틀은 야끼소바에게로 넘어가고 만다.

뭐, 그 이후로 이곳저곳에서 볶음면으로 분류되는 여러종류를 먹어보게 되고.., 집에서 그 기억을 되살려 면을 볶아 보려는 시도가 여러번 있었지만..

매번 결과물이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그 이유인 즉슨..

‘볶음’특유의 매끈함이란 것이 부족하단 말이지.

좀 더 파고들어가 보자면.. 면이라는 거이 가루류(보통은 밀가루)를 반죽해 그것을 삶아 익혀서 먹는 것인데..
삶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끈적한 것이 면의 표면을 덮게 된단 말이지.

면을 팔팔 끓는물에 재빨리 삶아서 건져내자마자 냉수에 식히고 기름에 버무려두는 쇼를 해도..
볶으려고 다시 불위에 올려 휘저으면 끈적하니 엉기는것이 현실 Orz..

물론, 지금까지 볶음면에 써 왔던 면류에 한정된 얘기지(칼국수, 라면, 소면, 중면….)

….라는 얘기는,
지금까지 볶음면에 쓰지 않았던 면 중에는 끈적하니 엉기지 않는 녀석이 있다는것..

바로 파스타류!

오늘 써먹은건 시금치 페투치니랑 스파게티 두가지.(그렇다.. 이 둘이 찬장안에서 굴러댕기고 있었던게다. -ㅂ- )

원래는 시금치 페투치니가 딱 100g 정도로 1인분으로 먹기에 적당할거 같았는데..

한참 만드는 도중 자고있던 정수가 일어나 같이 점심을 먹는것으로 계획변경!

그리하야 스파게티면을 또 100g 정도 꺼내 둘을 섞어 썼다…-ㅂ-;

면은 이 둘로 결정되었고,

볶음에 들어갈 재료들은..
냉장고에서 굴러댕기는 녀석들로. (뭔가 다른걸 사와서 지지고볶고 하기엔 너무나 귀찮은 주말라이프-ㅂ-; )

마늘 양파 베이컨 계란..그리고 간장고추 다진거. 소스는 간장고추간장.

즉, 타이틀은 윤뿌쮸식 오리엔탈-ㅂ-스파게티..쯤 되려나?

사진이 없어 요리과정은 생략하지만..
볶음밥에 밥대신 삶은면이 들어갔다…한줄로 끝-ㅂ-;

가끔 블로그나 홈페이지같은곳에 토마토소스도.. 그렇다고 크림소스도 아닌 그야말로 간장이나 굴소스 같은걸로 양념한 스파게티가 올라온걸 보면.. ‘스파게티를 저래서 뭔 맛으로 먹냐. 국물 -_-넉넉하게 들어가야 맛있지’ 정도의 심정으로 지나쳤던지라.. 만들어놓고도 별 기대는 안했는데..

이럴수가. !

타격감이 장난이 아니다-ㅂ-)b

그야말로 내가 원하던 형태의(면이 씹히는 느낌에 볶음의 맛이 함께하는) 요리가 아닌가!

오늘로써 스파게티를 면계(麵界)의 큰형님으로 모시게 되었다.

…쫌 오바고..-ㅂ-;;
어쨌든 내가 간절히도 원하던 ‘끈적거림이 없는 볶음면요리’를 직접 해 먹어 볼 수 있게 되었다는거다. (기쁘다!)

다음번 까르푸행에선 스파게티나 페투치니 1kg 포장이라도 사다놔야겠다. 힝힝~

ps. 음.. 다음번엔 페투치니로 비빔국수(이를테면 이런것)을 해 볼까나..ㅋㅋ

2 thoughts on “볶음면은 스파게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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